알만한 이야기

전쟁의 산물 - 1회용 생리대

탈렌튬 2022. 10. 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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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믿기 어려운 광경이 SNS를 통해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관련하여 러시아군은 수세에 몰리며 자국 내 부분 징집령을 내렸고, 이에 많은 사람들이 징집되는 장면과 함께 군의관으로 보이는 여성 장교가 징집병들을 향해 개인이 준비해야 할 물품 목록을 말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목록들 중에 유독 강조한 것이 있으니 바로 여성 생리대와 탐폰이었다.

전쟁은 대부분 남성 군인들이 싸우는데 군의관은 왜 여성 용품을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일까..?

전쟁의 산물
1차 세계대전(1914년~1918년)은 초반의 격렬했던 전투와 달리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지루한 소모전 양상을 띠게 되고 부상자가 속출하게 된다.
당시만 해도 전쟁의 방식은 방어선을 따라 참호 파고 총격전을 벌이다 돌격 앞으로 하는 식이어서 총상에 의한 부상자가 많이 발생한다.
지루한 소모전으로 부상자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반해 보급 물자는 부족해져 야전병원은 최소한의 의약품은 물론, 붕대조차 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붕대는 면으로 만들어 지는데 면의 최대 생산국 이었던 미국에서도 생산 부족을 겪으면서 붕대의 보급은 더욱 어려워 진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미국의 ‘킴벌리 클라크’사는 면을 대신해 붕대를 만들 수 있는 새로운 소재 ‘셀루코튼’을 개발한다.
셀루코튼은 제지원료(우드펄프)로 만들어져 면보다 흡수력이 다섯 배나 우수하고, 저렴한 가격에 대량 생산 또한 용이했다.
가장 큰 장점은 1회용으로 위생과 편리성에서 야전 병원에서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목화는 면의 주 재료이다.


셀루코튼의 활약상
야전병원에서의 셀루코튼은 붕대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완수했을 뿐만 아니라, 붕대 역할을 넘어 더 큰 활용성을 보여주게 된다.
바로 야전병원에 투입된 간호사들이 생리대를 대신한 용도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부상병이라고는 하지만 젊은 군인들 속에서 면 생리대를 빨고, 말려서 다시 사용하는 과정은 성적 수치심뿐 만 아니라, 일분 일초를 다투는 긴박한 상황에서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것이다. 간호사들은 셀루코튼을 여러 겹으로 겹쳐 생리대 대신 사용하는데 면보다 부드럽고 흡수력이 좋을 뿐만 아니라 1회용으로 긴박한 상황에 아주 유용했다.

상품으로 탄생
전쟁이 끝나고 1920년 킴벌리는 1회용 귀저기 모양의 생리대 ‘코텍스’를 출시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우리나라는 코텍스가 출시된 지 50년이 지난 1970년에서야 코텍스 생리대가 도입되었는데, 이 때만 해도 유교적,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로 생리대를 아무 곳에서나 살 수 있는 물품이 아닌 약국에서만 구입이 가능했다.
셀루코튼으로 바뀌었다고 한들 생리적 불편이 완전 해소된 것은 아닐 것이다.
마법이 시작되면 옷 색깔을 고민하고, 치마를 입을지 바지를 입을 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불편과 함께 여성의 사회 진출과 활동이 늘어나면서 셀루코튼은 ‘삽입형 탐폰’으로 진화한다.

궁색한 러시아
서두에서 언급한 러시아 간호장교가 징집병들에게 왜 생리대와 탐폰을 요구했는지 이해가 갈 것이다.
생리대는 상처지혈을 위해, 탐폰은 총알 관통 부위에 삽입하기 위해서다.
전쟁은 물자 보급이 승패를 좌우 하는데 야전 의료용품 중 가장 기본이 되는 붕대가 부족해 여성용품을 요구했다는 것은 러시아의 군수 재정과 물자 보급이 얼마나 부실한 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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